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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7일.

4년간 몸담았던 회사의 마지막 출근일이자 SW사관학교 정글 입소일.

 

  인수인계, 이사, 인간관계 정리를 하다보니 눈깜짝할새에 3주가 지나가버렸고, 새로운 시작을 위한 첫 발걸음을 떼는 날이 다가왔다. 회사 생활을 하며 불만이 많았지만, 마지막 퇴근 때 눈물이 찔끔 났던걸 생각해보면 미운 정이 들었나보다. 막상 모든걸 새롭게 시작하려니 살짝 두렵기도 한 지금, 초심을 잃지 않고자 내 각오를 적어본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언제나 안정적인 길을 그럭저럭 잘 걸어왔던 것 같다. 정규 교육을 이수하고 대학교에 진학하여, 졸업 뒤 취직. 이대로 안정적인 길을 가다보면 회사에서 퇴직을 했을테고, 퇴직 후에도 삶에 대해 고뇌했겠지만 가족들과의 행복을 위안삼으며 여생을 살았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늘 안정적인 길을 걸어오면서 의문이 가득했다. '나는 뭘 좋아하지?',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한 것인가?' 같은 것들이다. 물론 요즘은 잊고 사는게 더 나은 질문들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질문들에 대한 고뇌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지금까지 파악한 나의 지향점은 '기술을 통해 세상의 좋은 변화에 기여하는 사람'이다. (이 간절함이 극에 달하면 창업의 길로 뛰어들겠지만, 내가 그 지경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어떻게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더 많은 기여를 하려면 뛰어난 사람이 되어야 하고, 뛰어난 사람이 되려면 열심히 일을 통해 배워야 하며, 열심히 하려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여야 한다.' 라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뛰쳐나왔다.

  시작으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지금, 밤이라도 새서 했어야 할 과제들을 조금씩 미루고 있는 내 자신을 보며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믿어야 한다. 나를 믿고 조금 더 채찍질하며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달려서, SW 엔지니어로서 훌륭한 소프트 랜딩을 할 것이다. 열심히 하고 난 이후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고, 우선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17주가 내 앞에 주어졌다. 열심히 달려서 5개월 뒤에 축배를 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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